지난 크리스마스에는 태국 시밀란 섬을 리브어보드로 다이빙 다녀 왔습니다. 그동안 해외라고는 거문도, 제주도... 그리고 필리핀 정도 였지만 이번에는 큰맘먹고 출장으로만 가끔 다니던 태국에 그것도 글로만 배운 리브어보드를 타고 5일간 19회의 다이빙을 하면서... 재미있다 란 표현보다 정신없이 짜릿하다...말이 더 어울릴 만큼 정말 많이 웃고 울었던 여행이었으며 함께한 각국의 일행들에게는 부러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리브어보드는 남자들끼리 가거나 남자 혼자 가면 못 쓴다" 라고 하던데 크리스마스 기간 중 커플들에게만 허락된 육지를 탈출하는 배에 오르던 제 손에는 새 카메라인 올림푸스 E-M1과 아직 출시도 안된 전시용 하우징, 그리고 아이폰 보다 더 먼저 손에 들어온 아이폰5S 방수하우징이 들려 있었고...
덕분에 정말 5일간 조금도 심심할 틈이 없었습니다. 물 밖에서나 물 속에서나...
크리스마스 전후 시밀란 국립공원의 모습은 고래상어, 만타 등 고가(?)어종들은 크리스마스 휴가 갔는 지 대부분 저가 어종들이 휴일 근무나왔고 자이언트 트레벨리 등이 나름 고생하며 많은 시간을 다이버들과 놀아주었습니다만 휴일에 출근한 레오파드 샤크나 나폴레옹 피시, 바라쿠다 등은 "나 시간당 임율 높은 몸"이라며 잠깐씩 멀리서만 힐끗 비추고는 퇴근해버린다거나 거북이들도 다이버를 신경쓰지 않고 바닥에 앉아 촬영을 거부하는가 하면 점심시간에 배로 쳐들어와 스노클로 촬영하던 다이버를 타고 넘는 만행을 저지르다가 당근과 수박 조각을 얻고서야 유유히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은 같이온 커플끼리 또는 가족과 함께 다정한 시간을 보냈고
... 그리고 저는 새 카메라와 아직 출시 전 하우징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줌링이나 포커스링 하나 없이 달랑 렌즈와 하우징만 결합한 덕분에 실리카겔이 굴러다니고 줌렌즈를 구간별 단렌즈로 쓰는 상황)
5년만에 카메라 바꾼 자랑을 조금 드리자면, 예전 입문 시절 홍콩에서 온 여성 다이버들이 우아한 촬영기법으로 부드럽게 다가가 한 손에 쥔 컴팩트 카메라에 담아온 예쁜 불가사리(?) 사진을 계기로 첫 카메라인 SP-350을 시작으로, 줄곧 올림푸스 카메라와 하우징을 써왔으며 2008년부터 1천만화소급 DSLR인 e-520과 전용하우징 PT-E05을 구입하여 타사 대비 작고 가벼운 바디와 하우징, 카메라 제조사가 공급하는 포트와 스트로보 등을 하나하나 추가로 장만하는 등의 다양한 이점을 누려왔으나 세월의 흐름에 늙어가는 바디와 여전히 늘지않는 사진을 만회하기 위해 새로운 카메라를 찾던 중, 결국 올림푸스에서 지난9월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인 E-M1을 선택하였으며
중요 이유로는 갖고있던 포서드 렌즈와 포트, 스트로보 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의 강점인 작은 크기와 방진방습 때문으로 저같이 바닷가에서 막 다루는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염분이나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도 안심이라는 점과 함께 작은 크기의 바디와 하우징은 상대적으로 수중에서 물살의 영향을 덜 받는바 좀더 공기 소모가 적어 멀리 헤엄칠수 있게 해 줍니다.
하지만 올림푸스 측에서는 작년 9월 카메라 출시와 함께 전용 방수하우징 PT-EP11을 발표하였으나 제조상의 이유로 판매를 올해 2월로 미룸에 따라 연말 태국 시말란 리브어보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저로써는 새 카메라 대신 기존 카메라와 하우징을 가져가려 했으나 올림푸스 성기일 차장님과 강남점의 호의로 국내에 한 대밖에 없는 전시용 하우징을 빌려갈 수 있게 되었으며 이점 다시한번 올림푸스 측에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그러나 아직 정식 출시전인 탓에 기존 포서드 렌즈나 타사(파나소닉) 마이크로포서드 렌즈에 맞는 줌기어나 포커스링이 없는 것은 물론 마이크로 포서드 방식 중 유일한 어안렌즈인 파나소닉 8mm 렌즈의 사용가능여부 등이 확인안된 상황에서 덜컥 렌즈부터 구입하고 출발 일주일전 하우징을 빌려 부랴부랴 비행기에 탈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영장 테스트 결과 이상없었다는 올림푸스 측의 말씀을 위안으로 삼고서...
출발부터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그동안 다이빙 장비가방과 별도로 끌고 다니던 무게가 10kg이 넘는 하드케이스 대신 오렌지색 손가방 하나에 하우징과 돔포트, 매크로포트, 스트로보2개, 랜턴2개 등 암과 스테이를 제외한 모든 하우징 관련 기자재를 다 넣고 유유히 기내로 들고갈수 있었고 덕분에 매번 40kg이나 나가던 부치는 짐 무게를 25kg으로 줄일 수 있었다는 것으로 올림푸스의 하우징용 손가방은 바닥에 그물망까지 부착하여 내부 통풍까지 가능한 반면 두꺼운 쿠션이 아닌 관계로 심한 충격방지는 안 되는 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다녀오신 시밀란 섬의 풍경은 사진으로 대신하기로 하고 우선 카메라와 방수하우징에 대해서 몇 가지 느낀 점만 먼저 얘기하자면...
첫째, 쾌적하다
국내 발표회 당시 올림푸스 이두형 부장님께서 여러번 사용하신 "쾌적하다"는 표현이 그대로 물속에도 이어져 정말 빠르고 쉽게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육상보다 상대적으로 어둡고 자세를 잡거나 카메라를 조작하기 어려운 수중환경에서 쾌적하다 라는 말을 쓰려면 누르면 바로 찍히는 강력한 성능과 하우징으로 모든 기능을 쉽게 조작 가능한 편리성이 함께할 경우에만 가능하며 역시 카메라 개발시부터 수중 촬영도 염두에 둔 올림푸스의 철학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Fn1, Fn2 등 버튼에 미리 원하는 설정이나 기능을 조합, 할당할 수 있어 수중에서 터치 한번에 바로 사용하기에 편리했으며 처음 쓰는 하우징에 아직 카메라가 손에 완전히 익지 않았는 데도 2~3회의 다이빙을 마치고 나선 예전 카메라를 잊어버릴 만큼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마이크로포서드 렌즈를 사용하다가 포서드렌즈를 쓸 경우 초점잡는 속도 등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매우 안 쾌적한" 느낌이 들어 그간 1번 렌즈로 군림해온 50mm 매크로 렌즈의 자리가 이젠 차갑고 어두운 물 속이 아니라 카페에서 따뜻한 조명과 커피 향을 즐길 때도 된 것 같습니다.
둘째, 작다.
예전 카메라인 E-520이 DSLR치고는 워낙 작고 가벼웠던 탓에 조금 더 작아진 E-M1이 그렇게 작아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덕분에 조금 더 작아진 하우징은 수중에서 한손으로 들고 촬영하거나 버튼, 다이얼 등을 조작하기 편리했으며, 강한 조류를 거슬러 헤엄치거나 수면에서 하강줄에 매달려 있을 때도 유리하여 다른 카메라 사용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암과 스테이를 제외한 기내 반입 가능한 모든 수중사진 기자재를 가방 하나에 담을 수 있다는 건 더욱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E-M1용 하우징은 예전 E시리즈 하우징보다는 PEN시리즈와 유사하게 별도의 카메라 트레이 없이 밀어 넣는 형태로 개선된 잠금장치 등 편리한 점이 많으며 특히 파나소닉 8mm 어안렌즈같이 작고 짧은 렌즈를 끼웠을때도 별도의 가림막 없이 내장 스트로보의 빛이 렌즈로 들어오지 않는 등 설계를 참 잘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예전 하우징처럼 2중 O링이 아닌 하나의 O링을 사용한다는 점은 편하기는 하지만 침수에 대해 조금 더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 건 아무래도 옛날 스타일을 못 벗어난 모양입니다.
하지만 카메라 바디가 강화 플라스틱이 아닌 마그네슘 재질로 바뀌면서 보기보단 가볍지 않으며, 하우징 역시 내부 공간이 줄어들면서 부력이 감소하여 금속제인 포서드용 돔포트나 매크로포트와 결합시 만만치 않은 음성부력으로 더이상 과거와 같이 부력재 없이 한손만으로 들고 다니거나 촬영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게 되었습니다. 누구 말로는 카메라나 하우징 문제가 아니라 술을 줄이고 근력운동을 하면 해소 가능하다고 합니다만...
셋째, 마이크로포서드 방식이라 렌즈도 작고 가벼우며 타사 렌즈도 쓸수 있다.
작고 가벼운 렌즈 덕분에 육상이나 수중에서도 좀더 부력이 증가하여 가볍게 갖고 다닐수 있으며 수중촬영에 필수인 어안 렌즈의 경우 기존 포서드 8mm렌즈 외 파나소닉 8mm 렌즈도 쓸수 있으며, 이 경우 올림푸스 돔 포트에서 사진에만 약간의 비네팅이 발생하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동영상 촬영시에는 비네팅 없음). 또한 올림푸스의 새로운 표준 줌렌즈인 12-40mm렌즈나 파나소닉 7-14mm렌즈 등을 올림푸스 돔포트에서 사용가능하며 그외 포서드, 마이크로포서드방식의 많은 렌즈들을 올림푸스나 타사 포트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가능한 조합은 현재 올림푸스에서 공개한 시스템 호환 차트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넷째, 5축 손떨림 방지 등 차별화된 성능
올림푸스가 자랑하는 5축 손떨림 방지 기능의 경우, 수중에서 사진 뿐 아니라 동영상 촬영시 그 진가를 알 수 있었으며 심지어 2배 확대하는 디지털 텔레컨버터 사용시에도 기대를 넘어 놀랄 수준이었습니다. 덕분에 그간 손떨림방지기능이 없는 카메라로 촬영한 동영상을 편집하면서 흔들린 부분을 뭉텅뭉텅 잘라내는 일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으나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서 "술 좀 줄이면 수전증이 나아질거야" 라는 잔소리가 입까지 나오려 하는 문제가 있더군요. 다만 많은 분들이 지적한대로 초당 30프레임이 아닌 그 이상의 프레임수를 지원한다면 수중 생물의 역동적인 모습들을 더 멋지게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컬러 크리에이터 기능의 경우 수중사진에서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파아란 물색을 만들(?)수 있게 되어 촬영 후 보정이 아닌 촬영 전 보정의 새로운 개념이 생겼습니다. 단, 제 생각으로는 원래 녹색인 바다 색을 꼭 파랗게 만들 필요가 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암튼 써보니 정말 물색 좋아지더군요.
파아랗고 눈부시던 남국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다시 차가운 일상으로 돌아와 하루하루 지내면서... 엊그제 하모니카 선생님의 "작은별이 죽었어요? 장송곡 불러요?"란 농담 한 마디에 한참 웃으면서... 그간 배에서 내린 뒤 잊고 지냈던 웃음과 그 아름다운 기억들을 모두 잊어버리기 전에... 몇글자 적고 어줍잖은 사진들 올리며 그 웃음들을 되새김질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바닷속에서 함께할 하우징이 정말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내게 와주는 2월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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